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2일 또다시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다.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밤새 연좌농성을 벌인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논의에 피해자 가족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여·야·가족대책위의 3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이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것은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의 활동에 대한 실망과 환멸,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의 행태에 대한 깊은 불신 탓이다. 실제로 세월호 특별법도 엉망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가족들이 밤샘농성 뒤 발표한 ‘새누리당에 대한 가족들의 입장’을 보면 이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새누리당이 기관보고 대상을 선정할 때 청와대 비서실을 제외하려고 애썼으며, 국정조사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행동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조사 첫날부터 조는 모습을 보이거나 유가족에게 막말을 하고, 조사대상 기관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 2일 해양경찰 기관보고 때는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와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특위 위원장이 해양경찰청장과 밀담을 나누다 들켜 유가족들의 불신을 키웠다. 심지어 11일에는 조 의원이 세월호 희생자를 닭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해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진실규명 의지는 없고 상처 주는 언행을 계속하는 새누리당의 행태에 대해 유가족들이 “도대체 무엇을 지키고 싶어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냐”며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새누리당은 막말을 해댄 조 의원을 국조특위에서 배제해 유가족과 국민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차려야 할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세월호 특별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위원회 구성에 국회 추천과 피해자 단체 추천을 동수로 하고, 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을 ‘기본 2년에 1년 연장 가능’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또 특별위원회에 특검 수준의 수사권·기소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빼고 특위 활동 기간도 ‘기본 6개월에 3개월 연장 가능’으로 한정하고 있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물을 수밖에 없는 태도다.
3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서에 서명한 상태다. 국회는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는 국민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제대로 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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