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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귀 막은 대통령

등록 2014-07-15 18:28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황우여 의원을 새로 지명했다. 그러나 각종 도덕적 흠에다 국회 인사청문회 위증 문제까지 불거진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사실상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결정은 청와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야당과의 소통이나 국회 존중 등이 단지 ‘시늉’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10일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만남에서 야당 쪽으로부터 김명수·정성근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요청받고 “잘 알겠다.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결국 참고만 하고 끝을 내버리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15일 오후 국회에 청문보고서 채택을 재요청하면서 시한을 이날 자정까지로 정한 것부터가 국회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다.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하는 의미는 후보자의 부적격 여부를 국회가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는 뜻인데, 물리적으로 답변 자체가 불가능하게 시한을 정한 것이다. 이는 국회의 의사를 존중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고 단지 16일 장관 임명을 강행할 요식 절차만 밟겠다는 뜻이다.

정성근 후보자가 김명수 후보자 못지않게 장관 부적격자라는 것은 새누리당도 인정하는 바다. 음주운전, 자녀 불법 유학 논란 등 숱한 도덕적 흠은 제쳐놓고라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 하나만으로도 도저히 장관에 임명될 수 없는 인물이다. 국회의 권능을 존중하고 앞으로 이런 위증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의미에서도 그는 당연히 장관 지명 대상에서 배제해야 옳다.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게 정 후보자로서는 자축의 ‘폭탄주’를 다시 마실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에게는 다시 실망의 폭탄을 하나 던지는 일이다.

새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황우여 의원을 지명한 것도 썩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등 교육 관련 상임위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청와대가 강조해온 ‘교육 전문성’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경력을 갖고 있다. 결국 그의 교육부 장관 지명은 ‘교육 개혁’ 대신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최우선적 목표로 삼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수백번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박 대통령이 시야를 넓혀 인재를 널리 구하려는 노력은 포기하고 측근들의 돌려막기 인사, 회전문 인사만 하다 보니 이처럼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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