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전, 온 국민은 열일곱살 어린 학생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는 모습을 눈 뻔히 뜨고 지켜봐야 했다. 경악으로 가슴이 막히고 시도 때도 없이 울컥 울음이 솟는 하루하루가 그 부모들의 일만은 아니었다. 함께 아파했던 마음은 그렇게 순일했지만, 지금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은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14일부터 국회의사당과 광화문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이들 부모님을 찾아 15일 학교에서 국회의사당까지 도보행진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누가 이들의 가슴에 못질을 했기에 지금까지 이래야 하는가.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을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합의했다. 그 뒤 여러 차례 회의가 있었지만 진전은 없다. 특위 구성과 권한 문제에서부터 팽팽하게 맞선 때문이다. 속사정을 살펴보면 여당인 새누리당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유족의 특별위원회 참여부터 소극적이다. 특위의 의결요건을 제한해 제대로 활동하기도 어렵게 했다. 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유족 제안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자료제출을 요청하는 권한 정도로는 성역없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확인된 터다. 제대로 독립적인 수사를 하기 위해선 특위에 실질적인 기소권이 부여되도록 지혜를 짤 필요도 있다. 그런 노력은커녕 유족과의 협의도 회피하면서 시늉뿐인 특별법을 만든다면 국민과 유족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대학 특례입학 등 유족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보상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유족들의 마음이 달래질 리도 만무하다.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배상이나 보상을 받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혜택을 받은들 그게 무슨 위로가 되겠느냐”는 유족 대표의 말은 그래서 더욱 절절하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은 귀중한 꽃들이다. 숫자로 뭉뚱그려져 잊혀가는 서류 속의 피해자들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생생한 꿈과 희망으로 이제 막 활짝 피어나려던 예쁘고 소중한 아들딸이다. 한순간에 스러진 이들을 서둘러 잊어버리려 해선 안 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면 우리 모두의 가슴에 그날의 그들을 새겨 간직해야 한다. 특별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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