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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통일준비위가 의미를 가지려면

등록 2014-07-15 18:28

박근혜 대통령이 2월 하순 처음 설치 뜻을 밝힌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15일 발족했다. 위원장인 대통령을 비롯해 7개 부처 장관 등 정부 위원 11명, 국책연구기관장 6명, 여야 정책위 의장 2명, 민간위원 30명 등이 참여하는 거대 조직이다.

사실 통일준비위 설치는 현재 상황에 걸맞지 않다. 정부는 통일준비위의 기본 취지가 ‘한반도 통일의 체계적인 준비’에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대규모 조직을 만들어 대비해야 할 만큼 통일 전망이 가시화한 상태가 아니다. 여러 정부가 수십년 동안 통일을 지향하는 정책을 펴왔는데, 새삼스럽게 무엇을 준비하겠다는 건지도 의문이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올해 들어 통일대박론을 퍼뜨리며 때아닌 ‘통일 거품’을 만들어왔다. 통일준비위 발족은 그 거품을 유지·확산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이 도드라져 보인다. 통일준비위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통일부, 통일연구원 등 기존 기구와 업무가 중복되는 ‘옥상옥 조직’이라는 비판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인 ‘드레스덴 선언’을 정면으로 거부해온 북한은 통일준비위 발족을 흡수통일 시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럼에도 통일준비위가 나름대로 의미를 가지려면 정치적 고려에서 벗어나 활동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 우선 통일 관련 논의를 선도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국민의 통일 의지와 생각을 폭넓게 수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와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골고루 의견을 들어야 한다. 지금의 위원 구성은 정부와 가까운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마치 통일이 임박한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금물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 역할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교류·협력보다 대결과 갈등이 주된 흐름을 이뤄왔다. 갈수록 심해지는 미국·일본과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도 한반도 정세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전략적 사고가 결여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시급한 현안들을 제쳐두고 통일을 거론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 통일준비위가 남북 교류·협력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면 그것만으로 일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통일준비위는 한시적 조직이다. 이 조직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지겠지만 너무 힘이 실리면 기존 기구가 무력해지기 쉽다. 통일준비위는 그 한계를 잘 알고 꼭 해야 할 일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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