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취임식에서 “소극적인 거시경제정책이 경제심리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경기둔화와 세수감소 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경제팀 수장으로서 경기부양 또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성장률이 지난 1분기 3.9%를 기록한 뒤 둔화하는 양상 등을 고려할 때, 최 부총리의 이런 자세는 설득력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경제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하지만 걱정스런 마음이 큰 것도 사실이다.
최 부총리는 부동산 대출 규제를 큰 폭으로 완화할 것임을 거듭 분명히 했다. 이미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을 수도권과 은행까지 70%로 확대하는 게 유력한 것으로 보도됐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늘려주는 쪽으로 논의중이며, 이르면 내년부터 아예 두 비율 규제를 없애고 은행이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애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한 외부 강연에서, 우리 경제의 과제로 가계부채 누증을 꼽으면서 소득 대비 가계부채 수준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힌 점 등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최 부총리는 “소득 창출의 근원인 기업이 살아나야 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하게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거듭 밝히지만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될까 걱정이다. 해당 기업 처지에서 ‘불필요한 규제’라고 해도 국민경제나 사회 전체 차원에서는 ‘필요한 규제’가 적지 않을 텐데 말이다. 세수 부족 대책 등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그냥 넘기기 어렵다.
최 부총리는 고무적인 얘기도 했다. 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사내 유보금(현금성 자산)이 배당이나 임금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고,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에게 온기가 돌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구상으로 의미가 꽤 있다. 그럼에도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최 부총리가 여러 사람이 기대하는 부분은 충족하고 걱정하는 부분은 해소하면서 정책을 이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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