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사퇴했다. 하루 전까지 강한 집착을 보이던 그가 돌연 사퇴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야당의 추가 폭로 소식에 무릎을 꿇었다는 관측과 비판 여론이 예상보다 험악하자 청와대가 나섰다는 분석이 교차한다. 어쨌든 국회에 정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고 임명을 강행하려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체면을 구기고 ‘오기 인사’란 오명만 추가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인사참사 국면에서 ‘신상 털기’를 비판하며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마치 인사청문회가 인사 실패의 모든 원인인 양 제도 탓만 해댔다. 정 후보자는 숱한 결함에 더해 청문회에서 뻔뻔한 거짓말을 하다 들통나 결국 사퇴에 이르렀다. 인사 참극의 근본 원인은 자질 부족 인물을 인선하고 문제점도 걸러내지 못한 청와대의 과오에 있다. 부실 인선과 검증 소홀의 문제를 청문회 제도 탓이라고 우기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엉뚱한 진단이요, 비판의 화살을 벗어나려는 무모한 책임회피다. 박 대통령이 신중하게 인선하고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지 못하면 인사 참극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다.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처신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자생력 있는 여당’을 내걸고 당선됐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김 대표의 언행을 보면 이런 다짐이 모두 빈말이었음이 드러난다. 김 대표는 이날 아침 회의에서 ‘이런 인사 안 된다’는 의원들의 비판을 무마하는 데 진력했다. 몇몇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결국 인사권자의 뜻을 존중해서 한번 가보는 것이 도리 아니냐”며 박 대통령의 정 후보자 임명 강행에 힘을 보탰다. 청와대에 국민 목소리를 똑바로 전하고 직언을 하기는커녕 여론을 호도하고 청와대 방패막이를 자처한 것이다.
김 대표는 그래 놓고도 청와대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하고 무시당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정 후보자 사퇴 소식도 회의 도중 보좌진의 메모를 통해서야 뒤늦게 접했다. 청와대를 보호하는 수비수로 발 벗고 나섰지만 청와대로부터 아무런 사전 정보나 귀띔도 받지 못한 것이다. 청와대에 할 말은 못 하고 들을 말은 못 들은 채 초장부터 멸시당하는 모습이 압도적 표차로 1위를 한 집권당 대표의 현주소다. 김 대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런 태도를 보일 요량이라면 ‘수평적 당청관계 복원’이니 ‘하청정당 탈피’니 하는 말이라도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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