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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설득과 유인으로

등록 2014-07-17 18:18

이명박 정부 초기 교육부는 자사고 도입을 위한 슬로건으로 ‘자율형사립고, 학생의 선택이 다양해집니다’를 내걸었다. 그때 정부가 내세운 기대효과는 세 가지였다. 교육과정 다양화·특성화, 학생의 학교선택권 대폭 확대, 공교육의 질 향상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약속이 허물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교육과정 다양화는 입시학원과 다름없는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대체됐다. 학교선택권 확대는 성적이 상위 50% 안에 들고, 일반고 3배 수준의 납입금을 감당할 수 있는 소득계층에게만 열렸다. 그나마 정원을 못 채우는 ‘미달 자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사립고에 주던 정부지원금이 자사고에는 지원되지 않아 일반고 공교육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던 약속 또한 꿩 구워 먹은 자리가 되고 말았다.

총체적 실패로 끝나고 만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정책이 폐지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자사고 쪽 처지에서 보면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 정책을 믿고 몇 년째 따라온 건데, 갑자기 일반고로 되돌아가라니 볼멘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 당사자의 동의를 얻는 수단으로는 크게 강제, 유인, 설득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강제는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교육계로서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게다가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중앙정부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유용한 카드가 아니다.

유인은 동의하는 것이 스스로 이익이 되도록 물질적, 비물질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일반고로 자발적으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5년 동안 최대 14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유인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1년 예산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1년에 2억~3억원은 매력의 강도가 떨어진다.

결국 남는 건 설득인데 자사고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설득이 쉽지 않다면 일반고 학부모들의 관심과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간접적인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이 모인다면 자사고 쪽에서도 이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체계에서 일반고가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하향 평준화가 아니라, 모든 일반고를 자사고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하는 것임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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