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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앞뒤 안 맞는 ‘장관 면직’

등록 2014-07-17 18:19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참사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격 미달자들을 장관 후보자로 골라 국정혼란을 일으킨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기존 장관들을 물러나게 하는 과정에서도 혼선과 잡음을 빚고 있다. 박 대통령이 17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면직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고 이례적이다. 서 장관의 경우 그나마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이 후임으로 지명된 상태이지만 유 장관의 경우는 후임자마저 없는 상태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로 그냥 인정하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매우 비합리적인 결정이다.

청와대 쪽은 두 장관의 면직에 대해 “2기 내각이 출범하는 상태에서 이임이 결정된 장관들이 국무회의에 참석했을 때 느끼는 부담감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다. 면직이라는 것 자체가 ‘배려’가 아니라 오히려 당사자에게 ‘창피’를 주는 것임을 청와대가 모를 리 없다. 청와대가 강조해온 국정공백 방지 차원에서도 장관들의 면직 사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문체부는 제1차관까지 대학 총장 응모를 위해 물러난 상태여서 장관과 1차관이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물러나기로 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국정공백 방지를 이유로 계속 총리직을 맡겼다가 결국 유임까지 시킨 것을 상기해보면 이번 ‘셀프 국정공백’ 사태는 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 장관이 그동안 청와대에 단단히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관가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가 계획한 국정홍보 행사를 거부했다는 말도 있고, 평소 국정현안에 대한 소신발언으로 청와대 눈 밖에 났다는 말도 들려온다. 또 부처의 인사권이 전혀 장관한테 주어져 있지 않은 현실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 청와대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여부야 확인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가 장관직 수행 과정에서 뚜렷한 잘못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경질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런 모든 혼란과 잡음의 원천은 바로 박 대통령의 그릇된 인사관이다. ‘인사는 내 마음이니 아무도 상관하지 말라’는 오만함에 젖어 있다 보니 사람을 아무렇게나 고르고 아무렇게나 내보내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사는 결코 대통령의 호주머니 속에 든 공깃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이 점을 깨닫지 못하는 한 인사의 ‘입구’에서 ‘출구’까지의 ‘총체적 난조’는 결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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