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이에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체육 분야조차 그렇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9월 인천아시안게임 참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실무접촉이 성과 없이 결렬된 것은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이번 결렬은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 우선 북쪽 제안을 보면 아시안게임 참가를 정치적 목적과 연계하겠다는 뜻이 드러난다. 선수단과 응원단 규모가 각각 350명씩으로 사상 최대이거니와 이동 경로도 육(경의선 철도), 해(만경봉호), 공(서해 직항로)을 망라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듯하다. 북쪽이 오후 3차 회의를 시작하면서 회담 결렬을 선언하고 퇴장한 것도 느닷없다. 불만이 있더라도 터놓고 얘기하면 될 터인데 일방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18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결렬은 남쪽의 응원단 규모와 체류비용 등에 대한 부당한 태도 때문”이라며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회 참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일방적인 행동이다.
남쪽 대표단이 선수단·응원단의 규모에 시비를 거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지나치다. 700명이란 규모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의 650명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선수단은 당시(360명)가 더 많았다. 북쪽이 써야 할 비용과 관련해 ‘국제관례와 대회 규정에 따르겠다’고 한 것도 섣부르다. 북쪽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북쪽은 이날 ‘제반 편의를 제공해달라’고 했다. 과거 예로 볼 때 비용의 대부분을 지원해달라는 뜻으로 읽힌다. 적어도 과거 사례와 대회 규정 등을 절충하려는 남쪽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북쪽이 먼저 거론하지 않은 ‘대형 인공기 사용’에 대해 남쪽이 안 된다고 한 것도 경색된 태도의 산물이다.
남북 접촉을 서로 상대를 길들이는 기회로 삼으려 해서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북쪽은 일방적인 태도를 버리고 남쪽은 좀더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북쪽의 아시안게임 참가 제안이 평화공세 성격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기회를 활용해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북이 서로 부정적인 면만 들춰서는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남북은 이미 여러 차례 국제 체육경기에 함께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를 기초로 논의가 이뤄진다면 큰 문제가 없다. 남북은 이른 시일 안에 회담을 재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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