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일부터 한달 일정으로 7월 임시국회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의 의견 차이가 워낙 커서 진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새누리당의 최근 태도를 보면 과연 특별법을 만들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특별법 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특별법을 폄하하는 움직임마저 공공연히 보이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들을 국가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특별법의 주장”이라는 따위의 글을 카카오톡을 통해 유포한 것은 극명한 예다. 심 의원은 “내가 작성한 글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그 글이 심 의원의 본심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심 의원의 눈에는 세월호는 ‘단순 교통사고’에 불과하며, 따라서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몹시 경멸스럽고 짜증나는 대상인 것이다. 이런 사람이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것부터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김무성 대표도 사실 왜곡이라는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김 대표는 2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어떻게 민간인, 그것도 피해자 가족이 참여하는 곳에 수사권을 부여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분명한 사실은 세월호 특별법으로 구성될 진상조사위는 결코 ‘민간기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업무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위원들을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으로 위촉하는 것일 뿐 엄연히 법률에 의해 설치되는 국가기구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진상조사위를 마치 피해자 가족 등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이는 민간단체쯤으로 격하했다. 수사권 문제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부터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면 사법체계가 흔들린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틀린 말이다. 이것은 일종의 특별검사제라고 할 수 있다. 단지 특별검사 한 사람한테 의존하는 보통의 특검과 달리 진상조사위 전체가 수사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또 진상조사위가 수사권을 갖더라도 철저하게 법원의 통제를 받게 되며 수사 및 기소 절차도 형사소송법을 따르게 돼 있다.
상황이 이처럼 명료한데도 새누리당이 수사권 부여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말 그대로 성역 없는 조사가 두려워서일 터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일의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등을 비롯해 청와대가 본격적인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24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참사의 원인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 문제 역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사법체계 운운하며 진상규명의 발목 잡기를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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