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0일 <한국방송>에 나와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면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을 억제하는 데, 한반도의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대변인도 21일 ‘사드 배치는 중국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는 미국 미사일방어(엠디) 체제의 핵심 장비로, 1개 포대를 배치하려면 2조원 이상 든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만을 염두에 두고 이를 배치하려 한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중국은 여러 차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경고했다. 중국은 사드가 자국을 겨냥할 것으로 본다. 특히 사드와 함께 운용되는 ‘엑스(X) 밴드 레이더’는 탐지 범위가 1000㎞로 중국 주요 지역을 포괄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가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것만으로도 한국이 미국 엠디 체제에 편입한 것으로 간주한다.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나라가 미-중 대결 구도의 최전선 구실을 수용하는 꼴이 돼 한-중 관계가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또한 사드 배치는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더 힘을 쏟도록 자극해 남북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사안의 해법을 찾는 일도 더 어려워진다. 국방부는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을 궤도를 높여 쏘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패트리엇3으로 요격하기가 어려워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가정 자체가 근거가 약하다. 그럼에도 앞장서서 사드 배치에 멍석을 까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모호한 전술적 이익을 위해 명확한 전략적 손실을 감수하려는 것과 같다. 아울러 사드가 주한미군에 일단 배치된 다음에는 우리나라가 사드를 사들이도록 요구하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정부가 무리하게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를 얻어내는 대가로 사드 배치를 지지한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겉으로는 미국 엠디 체제와 거리를 둔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엠디 체제에 서서히 편입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진정으로 안보를 걱정한다면 사드 배치를 명확하게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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