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2일 김형식 서울시의원을 살인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김씨의 사주를 받고 재력가 송아무개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한 팽아무개씨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을 통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검찰은 카카오톡 메시지, 문자메시지, 인터넷 검색 기록 등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며 공소 유지에 자신감을 내보였다. 반면, 김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시종 범행을 부인해왔다. 팽씨의 진술을 확실하게 입증할 뚜렷한 물증은 없는 상태다. 검찰이 제출한 문자메시지 등의 증거능력을 재판부가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재판 판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엽기적 요소를 고루 갖췄다. 돈과 이권을 매개로 한 지역 정치인과 수천억원대 토호의 유착관계, 돈과 이권의 거래 과정에서 불거진 반목과 협박, 친구를 통한 피비린내 나는 살육과 배신. ‘매일 기록부’라는 이름으로 송씨가 작성한 뇌물 리스트도 드러났다. 리스트엔 현직 검사와 국회의원의 이름이 올라 있다. 검찰은 리스트와 로비 의혹에 대해 별도 수사팀을 꾸려 수사하기로 했다.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사건의 이면을 보면 도려내야 할 지방자치의 환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씨는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으로도 일했다. 도시계획위는 막대한 이권이 걸린 토지 용도변경 문제를 결정하는 기구다. 토건 공무원과 도시계획위원들의 유착과 부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회 도시계획 관련 상임위원이 시의 도시계획위원을 겸직하는 건 아무리 봐도 문제가 있다. 탈법적 로비와 음성적 유착의 온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정부도 2011년 지방의원이 지방정부 위원회 위원을 겸직해선 안 된다는 시행령을 만들고 세부 사항은 각 지방의회가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조례를 제정한 곳은 60여곳에 그친다. 지방의원들의 반발 탓이다. 이것이 20년을 넘긴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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