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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시는 대통령, 책임은 경찰

등록 2014-07-23 18:12수정 2014-07-23 20:33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유병언으로 시작해서 유병언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병언만 잡으면 세월호 비극의 원인도 낱낱이 밝혀지고 배상 문제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전행정부는 임시반상회를 열어 신고를 독려했다. 검찰 주재로 열린 유관기관 대책회의에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군복을 입고 참석했다. 연인원 130만명 이상의 경찰이 검거작전에 동원됐고, 해군 함정까지 투입됐다.

그 덕에 온 국민이 지켜보는데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가려졌다. 비판이 제기되더라도 유병언을 희생양 삼아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국민적 분노의 물꼬를 유병언과 구원파로 돌린 ‘법률 기술자’는 검찰이다. 최재경 인천지검장은 ‘검거 때까지 검찰청에서 철야’를 선언하며 국민의 관심사를 유병언에게 맞추는 데 성공한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돼지머리 수사’ 운운하며 인천지검의 과도한 여론몰이 수사를 부추겼다. 유병언에게 세월호 참사의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나,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그저 법전에나 있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유병언 검거를 5차례나 공개적으로 지시하는 등 북새통을 은근히 즐겼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의 검거작전은 그저 한여름의 소동으로 끝나고 말았다. 말 없는 백골에게는 형사적 책임을 지울 수도 없고, 재산 추징도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책임진 사람은 경찰 3명뿐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경찰의 잘못, 누군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책임을 경찰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검거작전의 손발에 불과했다. 최소한 유병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운 주체는 아니었다. 하물며 경찰들에게 돌아갈 잘못의 몫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들은 그저 유병언의 주검을 단순변사 처리한 만큼의 책임만 지면 된다.

유병언 희생양 만들기에 나선 검찰이 우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시나리오를 쓴 얼굴 없는 ‘정치 기술자’들에게도 죄를 물어야 한다.

세월호 100일, 고장난 저울 [한겨레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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