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치 <한겨레>에 실린 ‘일·가정 병행하라더니…’ 기사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는 말에 끌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은행에 들어갔건만, 현실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는 게 시간제 취업 여성들의 얘기다. 근무시간이 지켜지지 않아 가사 돌보기에 애를 먹고, 규정된 시간을 넘겨 일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다른 직종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애초 시간제 확대를 두고 나왔던 걱정들이 그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고,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주요 정책의 하나로 추진해왔다. “장시간 근로를 해소하고 유연한 근로문화를 도입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일·가정 양립 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였다. 다른 나라의 성공 사례들도 소개해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정책 추진 결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새 시간제 일자리들이 양질이라고 할 수 없다. 한 취업자는 세금과 연금 납입금 등을 빼고 실수령액 기준으로 이달에 92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급여액수가 일자리의 질을 가르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지만, 사회통념상의 양질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이들 일자리에 ‘싸구려’ 딱지를 붙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최저임금을 받는 전일제 일자리가 더 낫다는 푸념이 일부에서 나오겠는가.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이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정부 지원 예산의 집행률이 높지 않은 데서 보듯, 이를 선호하는 기업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활용 범위가 제약돼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그런 만큼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의 근무여건과 급여수준 등을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양질의 전일제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 고용률 높이기가 긴요하지만 시간제를 지렛대로 삼으면 의미는 반감되고 만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