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유병언씨 추적 작전을 통해 검찰과 경찰의 민낯이 백일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한마디로 거대한 총체적 부실덩어리다. 엉터리 수사에 헛발질 압수수색, 한심한 판단력과 부실한 보고체계 등만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 사이에 벌어진 ‘불신과 배신의 드라마’를 보노라면 이들이 공권력 행사의 책임을 진 국가공무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검찰은 벽장 속에 숨어 있는 유병언씨를 눈앞에서 놓친 것으로도 모자라 뒤늦게 확인한 비밀방의 존재와 돈가방 발견 사실마저 철저히 숨겼다. 정보 공유는 허울에 불과할 뿐 경찰은, 검찰이 23일 오후 언론에 그런 사실을 발표할 때까지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만약 유씨의 주검이 발견되지 않았으면 검찰은 자신들의 치명적인 실수를 영원히 숨기려 했을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발뺌과 책임전가, 꼬리 자르기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경찰은 애초 순천경찰서장 직위해제 등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다 비판이 들끓자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해제했고, 검찰에서도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부실수사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이 그 정도 선에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이 한결같이 책임이 있는데도 모두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검찰과 경찰의 총체적 부실은 사람 몇 명 바꾼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 편향과 수사능력 부족’이라는 고질적 병폐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치적 사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의 입맛에 맞추고, 정작 수사력을 발휘해야 할 사건에서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게 한국 경찰과 검찰의 모습이다. 게다가 능력과 무관하게 권력형 해바라기 인사들이 조직 안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병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후속대책으로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안전행정부의 기능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미디와 같은 ‘유령 쫓기’ 수사로 나라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고 엄청난 공권력을 낭비한 검찰과 경찰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 개조나 혁신은 딴 데서 찾을 일이 아니다. 우선 검찰과 경찰을 뿌리부터 바꾸는 일이 급선무다. ‘정작 해체해야 할 조직은 해양경찰청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현실을 결코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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