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빚으로 떠받치는 경기부양은 위험하다

등록 2014-07-24 18:22수정 2014-07-24 21:31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내용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내년까지 모두 40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는 확장적 거시정책과 함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도 내놓았다. 또 기업의 이익을 가계소득으로 유도하는 세제개편을 추진하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소상공인 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모든 정책수단이 망라돼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실패한 기존 정책들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질을 튼튼히 하거나 서민·중산층의 삶의 질을 개선할 방안도 일부 내놓았지만, 대부분 막연하거나 실효성이 미심쩍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정책방향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다. 예상대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앞으로 가계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더 많이 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소인 가계부채의 증가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 절대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신 경기 활성화로 가계소득을 늘려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키우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빚내서 부동산 띄우기’ 대책을 남발하면서 내세운 명분이다. 실제로는 가계부채 문제의 악화만을 불러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가계의 부채총액은 가처분소득의 16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4.8%를 훌쩍 넘는다. 정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 올해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5%포인트 낮춘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최경환 새 경제팀은 이 목표를 포기한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40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계획에도 무리가 많아 모인다. 이는 각종 공적기금과 정책금융,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재정 확대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재정적자의 지속을 감수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이런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불과 몇달 전에 국회에 약속한 중기 재정운용 계획을 새 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폐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재정적자의 누적, 즉 공공부채의 증가를 수반한다. 공공부채와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는 지금처럼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했다. 그런데 최경환 경제팀은 과도한 부채 증가에서 비롯된 경기침체 국면을 또다른 부채 증가로 돌파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을 ‘지도에 없는 길’이라고 비유한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팀이 이끄는 우리 경제의 이정표에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가득해 보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