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한 여론조사기관에 맡겨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찬성은 60.7%였고 반대는 22.9%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이미 교육계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여론조사는 서울시민 대다수도 이에 동의하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이냐다. 서울지역 25개 자사고 교장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자사고 쪽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당장 내년도부터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촉박한 것도 사실이다.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하고 청문 열흘 전까지는 자사고에 청문 개최를 알려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밟아야 할 순서가 많다. 현재 중3 학생과 학부모로서는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일 것이다. 자사고도 재단과 학부모 등과 협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5일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시점을 2016학년도로 연기한 것은 유연한 대처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사고 입시 전형에서 면접을 없애고 전원 성적 제한 없이 추첨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건 자사고의 성공적인 일반고 전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추첨 방식은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1년 전 추진했던 정책이다. 하지만 자사고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1단계에서 모집정원의 1.5배를 추첨하고 2단계에서 면접으로 최종 선발토록 해 오히려 자사고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교육감이 그런 교육부의 원안을 다시 살려보자고 나섰으니 교육부로서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전면 추첨제가 되면 우수 학생을 선점할 기회가 줄어드니, 자사고 처지에서도 유지냐 전환이냐를 놓고 원점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게 될 것이다. 조 교육감으로서는 시간도 벌고 유효한 정책적 수단도 얻게 됐으니, 주어진 시간 동안 철저히 준비해서 일반고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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