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잡힌 유대균씨와 그의 도피를 도운 박아무개씨에 대한 언론 보도가 길을 잃고 있다. 이들이 마치 세월호 참사의 핵심 책임자인 양 떠들썩하게 사람들 앞에 드러내는 수사당국의 태도부터 여론 호도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지만, 이에 편승해 피의자의 인권을 아랑곳하지 않는 선정적 보도는 더더욱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가리는 왜곡이다.
유대균씨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그가 세월호 참사에 직접 관련이 있느냐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비리 수사를 맡은 검찰은 진작부터 유대균씨는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유씨 일가의 횡령·배임액 2400억원의 대부분은 유병언씨와 실제 후계자라는 차남 혁기씨, 장녀 섬나씨가 저질렀다고 한다. 장남인 유대균씨의 횡령·배임액은 형제들의 5분의 1가량이다. 세모그룹 계열사 대표 8명의 공소장에도 그의 이름은 빠져 있다.
돌아보면 유씨 일가 경영비리 수사 자체가 세월호 참사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었다. 경영비리 수사는 세월호 참사의 피해 변제와 수습비용 환수를 위해 유씨 일가를 옥죄려는 ‘별건 수사’로 시작됐다. 그러다가 돌연 참사의 책임이 유병언씨에게 있는 듯이 분위기를 몰고 갔다. 사망한 유씨에게 참사의 법적 책임을 직접 묻는 게 가능한지 논란이 있었던 터에 경영비리에서조차 깃털인 유대균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더욱 의문일 수밖에 없다.
경찰과 검찰은 그런 유씨가 참사의 핵심 책임자인 것처럼 요란하게 언론에 노출했다. 유병언씨 체포에 실패한 자신들의 잘못을 만회하고,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고 풀이된다. 두 달 넘게 계속된 유병언 체포 소동부터 침몰 현장에서 단 한 사람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한사코 가리려는 바람잡이로 의심받아온 터다.
언론은 무엇보다 유대균씨 등의 체포가 세월호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것과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물었어야 했다. 그러기는커녕 일부 방송과 신문, 인터넷매체는 유씨와 박씨의 남녀관계 따위에 초점을 맞춘 선정적 보도만 쏟아냈다. 박씨의 얼굴을 가리거나 익명 처리하지도 않았다. 곁가지라는 유씨를 숨긴 박씨에게 범인도피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이렇게 공개할 만한 사회적 필요나 법적 정당성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식의 선정 보도는 언론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는 자해일뿐더러 언론이 추구해야 할 진실을 되레 흐리는 범죄적 행위이다.
세월호 유가족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 약속 지켜달라”
단원고 2학년 故 이보미 양이 함께 부르는 ‘거위의 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