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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실효성 의심받는 ‘가계소득 증대 방안’

등록 2014-07-27 18:27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 포럼에 참석해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최 부총리는 “기업 지출을 적정 수준에서 운용하면 추가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은 페널티가 아니라 오히려 세제혜택을 주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지난 정부의 법인세 인하 폭 내에서 과세 수준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재벌 대기업 대표들이 모인 자리임을 고려하더라도 새 경제팀의 수장이 초반부터 너무 낮은 자세를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정부가 24일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은 기업소득의 가계소득 환류를 위한 세제 개편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기업의 현금성 자산을 가계에 흘러가도록 유도한다는 게 개편안의 취지이다. 새 경제팀은 세제상 혜택으로는 가칭 ‘근로소득증대 세제’와 ‘배당소득증대 세제’를, 추가 세금으로는 ‘기업소득환류 세제’를 구상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기업들이 임금과 배당, 투자를 늘리지 않겠느냐는 게 정부의 기대인 듯하다.

그러나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복잡하기만 할 뿐 내용이 부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이다. 전반적으로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궁극적인 목표인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더욱이 세제혜택이나 과세 대상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주로 잘나가는 재벌 대기업이라는 것도 문제이다. 자칫 전체 가계의 소득 불평등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익을 많이 낸 대기업이 기업소득환류세 부담을 피하려고 직원들 평균임금을 올려주거나 주주 배당을 늘리게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자산소득의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기업소득을 가계로 환류시켜 유효수요 확대 효과를 얻으려면 단기적인 땜질식 경제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과 가계의 불균형뿐 아니라 전체 가계와 임금노동자의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근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제도를 치밀하게 설계하는 동시에 저소득·취약계층을 겨냥한 적극적인 사회복지정책도 시행되어야 한다. 가계소득의 저하와 분배 악화, 이에 따른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은 개인도 시장도 아닌 정부만이 개척할 수 있다. 잡다하고 복잡한 정책수단을 나열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가계소득의 증가를 유도할 수 있는 명확한 해법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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