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28일, 29일 법정에서 한 증언은 새삼 충격적이다. 학생들은 선실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오면서 배 안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는데도 비상구 밖 손 닿을 거리에 있던 해경은 가만히 있었다고 증언했다. “파도가 비상구를 덮쳐 구조를 기다리던 친구 여러 명이 다시 배 안으로 밀려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해경은 갑판에만 머무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경이 적극적인 구조를 회피했다는 생생한 얘기다.
학생들은 또 탈출과 구조 과정에서 친구나 다른 승객, 어선의 도움은 받았지만 승무원이나 해경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선내에서는 ‘특히 제발 단원고 학생들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반복해서 나왔다고 한다. 얼마든지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승무원들이 막았다는 얘기다. 승무원과 해경이 승객들의 탈출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면 더 많은 생명이 살아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면서 억울함과 비통함으로 다시 가슴을 치게 된다.
이런 생생한 진실을 막말과 궤변으로 가리려 해선 안 된다. 새누리당의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세월호 참사를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폄하했지만, 생존 학생들의 증언은 정반대다. 한 여학생은 “그냥 저희는 수학여행 가다 단순히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서 이렇게 많이 죽은 건데…”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도 “대기하다가 탈출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렸으니 처음부터 대피하라고 했으면 훨씬 많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배가 기운 것까지는 교통사고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4명의 목숨이 수장된 것은 구조와 사고 대처의 잘못에서 비롯된 명백한 인재다. 열일곱살 학생들까지 아는 이런 사실을 지금 와서 숨기고 왜곡하려 드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슬픔과 분노를 내면화하자”거나 “국민이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노란 리본’을 접을 때”라고 요구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의 주장은 그래서 그 진의가 더욱 의심스럽다. 그때의 참상과 충격은 이렇게 생생하지만, 피해가 이토록 커진 이유와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애도는 진상이 규명됐을 때나 온전히 끝낼 수 있다. 그 이전에 슬픔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이제 그만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는 강요일 뿐이다. 세월호처럼 대한민국도 가라앉도록 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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