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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기업 출신 서울대 이사장에 대한 우려

등록 2014-07-29 18:29

서울대 이사장에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대기업 출신이라 이런저런 비판이 나오지만 그의 자격에 토를 달 수는 없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교수, 서울대병원장을 지냈으니 이사장감으로 절대 부족하지 않다. 서울대 이사를 두번째 하고 있으며 이사 중 최연장자라니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박 이사장의 형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중앙대 이사장을 맡고 있어 ‘서울대의 중앙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두 대학은 엄연히 다르다. 중앙대는 두산이 실질적으로 소유하면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서울대는 서울대법인화법에 의해 이사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돼 있다.

그럼에도 박 이사장이 걸어온 길을 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그는 서울대 병원장을 지내면서 병원을 기업처럼 운영했다. 서울 강남의 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초호화 건강증진센터를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최첨단 검사장비를 갖추고 하루에 몇백만원씩 하는 건강진단 상품을 팔았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책임과 의무보다는 민간기업처럼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이다. 또 구조조정 전문회사의 도움을 받아 조직을 통폐합하고 보직 임기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중앙대의 이사로서 ‘자본의 대학 경영’에도 관여했다. 형이 주도한 것이긴 하지만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박 이사장도 동의·재청 등으로 적극 동조한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중앙대는 두산이 경영을 맡은 이후 18개 단과대학을 10개로, 77개 학과를 46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확정 발표하며 ‘돈 안 되는’ 학과를 정리한 바 있다.

이런 박 이사장을 선출한 서울대 이사들의 사고방식은 더 근본적인 문제다. 아마도 기업으로부터 발전기금을 받거나 학교 건물 신축 등을 기대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서울대는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대학이다. 서울대마저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자본의 논리에 종속된다면, 공적인 기능을 하는 대학은 하나도 없게 된다.

서울대 이사회는 얼마 전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면서 교수협의회·총학생회·직원노조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과 항의를 받았다. 총장추천위원회의 1순위자 대신 2순위자를 뽑았기 때문이다. 현행대로라면 총장은 이사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사장과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서울대 구성원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총장 선출 제도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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