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수질관리 목적으로 개발한 ‘로봇물고기’(수중로봇)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30일 나왔다. 감사원이 국회에 낸 보고서를 보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지난해 로봇물고기 개발 성과를 발표하면서 주요 기능에 대한 평가 결과를 누락했거나 부풀렸다는 것이다. 국가 예산이 투입된 연구개발 과제가 사실상 국민 사기극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로봇물고기를 처음 소개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따른 수질 악화 우려가 제기되자, 2009년 11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수질관리를 위해 로봇물고기를 개발해 4대강에 풀어 넣겠다고 공언했다. “물고기처럼 생긴 로봇인데 평소에는 다른 고기와 같이 놀면서 강물을 타고 다닌다”는 등 농담까지 섞어가며 로봇물고기 개발을 앞둔 것처럼 자랑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을 돌파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었다.
어쨌든 국책 연구기관인 생산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로봇물고기 개발이 속도를 내기는 했다. 연구팀은 2010년 6월부터 정부 예산 57억원을 지원받아 2013년 6월 과제 수행을 마무리했고, 국책 연구개발사업 평가기관인 산업기술연구회가 두 달 뒤 해당 과제에 성공한 것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로봇물고기는 아직까지 4대강에서 전혀 볼 수 없다.
감사원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최종 개발보고서를 점검했더니 유영 속도와 수중 통신거리 등 핵심 기능이 모두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시제품의 경우 9대 중 7대가 고장 난 상태라 주요 성능과 군집제어가 가능한지 확인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로봇물고기 연구과제의 재평가와 연구책임자 문책을 해당 기관에 요구했다.
그러나 로봇물고기의 허위·과장 홍보와 관련해서는 연구책임자들에게만 잘못을 물을 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의 관련 부처 공무원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의 헛공약을 각 부처가 탁상행정으로 무리하게 뒷받침하려다 결국 예산 낭비만 초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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