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군대가 있을까 싶다. 지난 4월 선임병사에게 폭행당한 뒤 숨진 경기도 연천 28사단 윤아무개(23) 일병 사건 얘기다. 수사기록 일부가 공개됐을 뿐인데도 국민의 분노는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윤 일병은 의무병으로 배치된 3월3일부터 숨진 4월6일까지 선임병사 5명으로부터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들은 온갖 트집을 잡아 윤 일병의 온몸을 수시로 때렸다. 욕설과 인격모독이 이어졌고 잠을 재우지 않은 채 얼차려를 가했다. 가래침을 뱉은 뒤 개처럼 그 침을 핥게 한 대목에서는 조직폭력배를 연상하게 한다. 윤 일병의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발라 성적인 수치심을 주는 일도 벌어졌다. 윤 일병의 공식 사인은 ‘기도 폐쇄에 의한 뇌손상’이다. 냉동식품을 먹던 윤 일병은 선임병사들로부터 가슴과 정수리를 맞아 침을 흘리고 오줌을 싸며 쓰러졌다. 그러자 꾀병이라며 뺨을 때리고 배와 가슴 부위를 폭행했고 윤 일병은 곧 숨졌다. 당시 윤 일병의 몸은 멍투성이였다.
이 모든 일이 공공연히 이뤄졌다니 더 놀랍다. 이 부대의 유일한 간부였던 유아무개(23) 하사는 가혹행위를 말리기는커녕 똑같이 가담했다. 이들은 윤 일병이 숨지자 ‘음식을 먹고 티브이를 보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허위진술을 하고 윤 일병의 수첩 일부를 찢는 등 사건 은폐까지 시도했다. 이들이 ‘윤 일병의 어눌한 말과 행동’ 따위를 가혹행위의 이유로 든 것은 어이가 없다.
군 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런 사건까지 일어나는 것은 진작 바뀌어야 할 것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군 폭력은 단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제도를 그대로 반영한다. 폭력에 너그럽고 감시 장치가 부족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앞길은 극히 제한돼 있다. 자살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윤 일병처럼 참고 견디다가 변을 당하거나 얼마 전 일반전초에서 총기사건을 일으킨 임아무개 병장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 군 복무 중 자살자가 해마다 조금씩 느는 것은 군 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이런 군대에 어느 부모가 자식을 보내고 싶겠는가. 그중에서도 폭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군대’라는 말은 공염불일 뿐이다. 최근 취임한 한민구 국방장관은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님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병영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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