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이후 처음으로 열린 1일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애초 당의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주로 거론된 이야기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였다고 한다. “특별법 협상에서 야당의 무리한 주장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이 그렇게 가라고 표를 몰아준 것” 따위의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세월호 유족들을 국회 안으로 들어오게 한 데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선거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이제는 세월호 유족들에 대해 대놓고 삿대질을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새누리당의 이런 자신감은 재보선에서 야당이 패배한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세월호 피로감’을 꼽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 세월호 참사 후 100일 넘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사회에는 ‘이쯤 됐으면 잊자’는 정서가 확산되는데도 야당이 계속 세월호에 매달린 것이 선거 참패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분석에 대해서는 여당은 물론 야당 일각에서도 은근히 동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야당이 패배한 것은 세월호 피로감 때문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작정 책임론과 심판론에만 매달린 안이함이 주원인이다. 야당의 천편일률적 태도에 대한 피로감은 있었을지언정 재보선 결과는 ‘세월호 면죄부’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심판’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당의 아전인수식 해석에다 야당의 패배주의적 시각이 어우러져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국정조사가 동력을 잃고 있는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세월호 특별법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수사권 문제만 해도 민심은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사권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주어야 한다’는 응답이 5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민심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주는 것마저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은 재보선 결과와는 상관없이 우리 앞에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드는 일이다. 이 과제는 선거 결과에 흔들릴 수도, 또 흔들려서도 안 된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세월호도 끝’이라는 새누리당의 오만함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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