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7월30일 개봉한 이래 닷새 만에 400만이 넘는 관객을 극장에 불러들였다. <명량>이 지나갈 때마다 흥행 기록이 바뀌고 있다. 첫날 68만명을 불러모아 역대 최고의 개봉일 성적을 기록하더니, 2일에는 하루 122만명을 끌어들여 이전 최고 기록인 95만명을 멀찍이 제치며 일일 관객 100만 시대를 열었다. 그만큼 관객의 호응이 높다는 얘기다. <명량>은 무더위만큼이나 답답한 우리 사회 현실에 지친 국민들에게 청량제 같은 구실을 해주고 있다.
<명량>의 폭발적인 흥행은 몇 가지 요인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우선 더운 여름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명량>은 한동안 부진했던 한국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었다. 상반기 한국 영화는 시장 점유율이 43%에 머물렀다.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점유율이어서, 이대로 한국 영화가 침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명량>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며 우리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영화를 만든 김한민 감독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높았다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전작 <최종병기 활>에서 전투와 무기와 인간에 대한 독특한 감각을 보여준 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영화의 성공 요인으로 좋은 배우들을 빼놓을 수 없다. 최민식·류승룡씨를 비롯해 주요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에 사실감과 박진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을 맡은 최민식씨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순신 장군처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존경하면서도 스테레오타입화된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에게는 작지 않은 도전일 터이다. 최민식씨는 이순신의 고뇌를 끌어냄으로써 그를 현실감 있는 인물로 묘사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최민식씨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 <명량>이 단순한 전쟁 블록버스터로 끝나지 않는 것은 그 안에서 위난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고 몸부림치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작 열두 척의 배로 330척이나 되는 적선과 맞서야 했을 때 느꼈을 두려움을 이 영화는 생생하게 전해준다. 이순신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내는 길로 ‘사즉생 생즉사’, 곧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명제를 제시하는데, 이 말의 절실함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맴도는 우리 사회에도 울림을 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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