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관료와 업체들 사이의 유착이 드러나자 박근혜 대통령은 관피아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그 뒤 철피아(철도) 해피아(해운) 원피아(원전) 세피아(국세청) 등 우리 사회의 중요 분야에서 수십년간 쌓인 적폐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만 무성했을뿐 검찰 수사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검찰이 이번주에 새누리당의 조현룡, 박상은 두 의원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하니 그 결과가 주목된다.
조 의원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2008~2011년은 물론 의원 재직 시절에도 국내 최대 철도궤도업체인 삼표이앤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철피아는 검찰이 관피아 비리 1호로 지목하고 수사에 착수한 영역이다. 돈을 받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조 의원의 운전기사와 지인은 이미 체포됐다. 여야를 떠나 또다른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의 혐의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에 대한 수사는 박 의원의 운전기사가 검찰에 현금 3000만원이 든 가방을 들고 찾아와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박 의원의 아들 집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추가로 외화가 포함된 6억여원의 현금 다발을 발견했다. 박 의원은 현금 3000만원은 변호사 비용으로 준비해 놓았던 돈이라고, 6억여원에 대해서는 자신이 정계 입문 전 대표로 있었던 대한제당으로부터 받은 ‘격려금’이었다고 각각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은 해운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박 의원의 지역구에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여러 선사와 해운조합 등 해운 관련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특히 박 의원은 ‘바다와 경제 국회 포럼’ 대표로 있으면서 선주협회의 지원을 받아 2009년부터 거의 해마다 호화판 해외시찰을 다녀와 입길에 올랐다. 해운비리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박 의원을 주목하는 이유다.
검찰은 지금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실패로 최대의 위기에 몰려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 이후 처리하는 일마다 권력의 눈치를 봐온 터라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재보선을 의식해 두 의원의 소환 시기를 늦췄다는 눈총마저 받고 있다. 검찰은 신속하고도 엄정한 수사를 통해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의 염원이 된 안전사회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의원의 개인적 비리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정·관계 커넥션 전모를 파헤치는 수사의 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