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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병역 불신’ 조장하는 군의 폐쇄주의

등록 2014-08-04 18:41수정 2014-08-04 21:36

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여진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폭력이 대물림되는 군대의 곪을 대로 곪은 속살도 드러나고 있다. 부모와 누리꾼들은 이런 판국에 어떻게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겠느냐며 군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군 수뇌부는 책임회피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래서는 군이 안에서 무너질 지경이다.

국방부가 4일 국회에 제출한 윤 일병 사망사건 보고를 보면, 군 당국이 이 사건을 일반 사망사건으로 처리하려고 은폐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망사건 다음날인 4월7일 28사단 헌병은 선임병들이 윤 일병을 어떻게 폭행했는지 구체적인 행위를 확인했고, 5월2일 피의자 기소 때는 군검찰이 윤 일병에 대한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그리고 간부의 폭행 방조 사실까지 파악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윤 일병 사망 다음날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맞고 쓰러진 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언론에 알리고는 이후 드러난 윤 일병에 대한 상습 폭행과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또 5월22일 이후 윤 일병 유족들이 여러 차례 수사기록을 요구했지만 군 당국은 한 번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사건 내용은 7월31일 군인권센터의 기자회견을 통해서야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다. 시민단체가 나서지 않았다면 사건의 진상이 묻히고 말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찔할 뿐이다. 그런데도 4일 한민구 국방장관은 “군에서 고의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식으로 안이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오후 대국민 사과를 하고 28사단장을 해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뒤늦게 부산을 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사건과 같은 끔찍한 군대 안 폭력·살인 사건이 빈발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국방부와 군의 폐쇄주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2005년 28사단 총기난사 사건이 났을 때 산하에 ‘국방 옴부즈맨’을 두어 병사들의 기본권이 잘 지켜지는지 감독하려고 했지만 군이 반대해 결국 흐지부지됐다. 이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국방부와 군은 남북대치라는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워 마치 국민의 감시와 통제 바깥에 있는 것처럼 행동해왔다. 군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정보공개나 민간참여를 배제해왔고, 그러다 보니 진상이 은폐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사건이 터지면 소나기 피하기 식으로 대책을 급조해 내놨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 그동안 우리 군대가 보여온 행태였다. 이런 식으로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근본대책을 외면해서는 죽음을 부르는 인권유린과 폭력행위는 사라질 수 없다. 자식을 군대 보내 놓고 밤잠을 못 이루는 부모의 원성은 이미 군을 넘어 정부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군대폭력 근절대책을 세우고 모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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