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거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3명에 대해 중국이 6일과 7일 잇따라 사형을 집행했다. 중국은 2001년과 2004년에도 한국인 수감자의 사형을 집행했다. 다른 나라에선 이런 일이 없었다. 중국에서 마약 등의 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한국인이 20여명에 이른다니 사형 집행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중국 당국은 ‘마약범죄는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선처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반식민지로 전락한 역사를 지닌 중국으로서는 급증 추세인 마약사범을 엄단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중국 형법은 헤로인·필로폰을 50g 이상 밀수하면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이 기준의 몇백 배를 밀수한 사형수들의 혐의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의 조처는 지나치다. 무엇보다 사형은 그 자체로 야만적이고 비정상적인 형벌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사형이라는 제도적 살인을 저지르는 것도 옳지 않다. 사형 등 엄벌만으로 범죄가 억제되거나 예방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미 입증된 터다. 이미 140개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했거나 실제로 처형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다. 그런 세계적 흐름과 정반대로 중국은 해마다 수천명을 처형하고 있을뿐더러 그 내용을 국가기밀로 삼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중국에서는 불확실하고 투명하지 못한 절차를 통해 사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인권 후진국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데, 그도 모자라 사형제도를 폐지했거나 실질적 사형폐지국인 나라의 국민 여럿을 잇달아 사형에 처하고 있다. 자국의 사정만 앞세운 막무가내식 오만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노력을 다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범죄자라 할지라도 재외국민인 만큼, 헌법에 따라 국가가 보호할 의무가 있다. 외교장관까지 나서 거듭 선처 요청을 했다지만 시늉 이상의 의지가 실렸는지는 의문이다. 총리나 대통령이 중국 최고지도부와 직접 접촉하면서 자국인 사형수에 대한 사면을 강력히 요청했던 영국, 필리핀의 경우와 대비된다. 사형 집행 뒤에도 외교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반응에 그쳤을 뿐 공식 항의도 하지 않았다. 이러니 눈치만 보고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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