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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런 특별법으로 진상규명 하겠다는 건가

등록 2014-08-07 18:41수정 2014-08-07 20:34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려는 애초 취지와 목적은 매우 명확하고도 간결하다.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확고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제대로 된 법적 뒷받침을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여야가 7일 합의한 세월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및 특별검사 임명안 등은 과연 이런 목적에 얼마나 부응할까. 안타깝게도 애초 그리려던 호랑이는 고사하고 고양이도 그리지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겉모습으로는 여야가 서로 한걸음씩 물러서서 주고받기식 양보와 타협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검사 추천권을 양보해 특검을 현행 상설특검법 절차에 따라 임명하기로 한 대신,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에 정치권 및 유가족 추천 인사를 포함시키기로 새누리당이 양보했다는 식이다. 또 진상조사위에 특검보를 파견하기로 한 것도 새누리당의 양보 결과라고 여야는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별법의 가장 핵심인 ‘수사권’ 문제를 여당의 뜻대로 해버림으로써 특별법은 완전히 맥이 빠지고 말았다.

여야 합의 내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진상조사위 따로, 특별검사 따로’가 돼버린 점이다. 진상조사위가 수사권은커녕 특검 추천권도 갖지 못함으로써 실질적인 진상규명은 오롯이 특검의 몫이 됐다. 진상조사 특별위에 동행명령권이나 자료제출 요구권 등을 준다고 해도 한계는 명백하다. 특검보 역시 진상조사위와 특검 사이를 오가는 ‘연락책’ 이상의 구실을 기대하기 힘들다.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검사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과 국회가 추천하는 인사 등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는 2명 중에서 한 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게 돼 있다. 문제는 과연 청와대부터가 조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제대로 진실을 파헤칠 특검이 지명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특검추천위 추천 과정에서부터 이런저런 좌고우면을 거쳐 청와대의 낙점 과정까지 이르다 보면 ‘능력있는 강골 특검’이 지명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상과 책임소재가 낱낱이 드러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회의가 드는 이유다.

게다가 진상조사위는 대략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까지를 활동시한으로 잡고 있으나, 특검은 최장 90일에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세월호 참사 조사라는 사안의 방대성에 비춰볼 때 진상을 제대로 파헤치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최악의 경우 특검은 알맹이 없는 수사를 마치고 손을 털고, 진상조사위는 세월호 백서 정도 만드는 일 정도로 임무가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의 진정한 극복과 치유는 무엇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그 진실을 밝히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더욱 낮아졌다. 유가족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과연 피해자들의 상처 치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참으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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