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열린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정부가 추진하는 일들이 발목이 잡혀 있다”며, 빨리 처리해야 할 법안이 최소 3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 활성화 관련 법안 18건 등 분야별로 법안들을 나눠 소관부처별로 입법적 뒷받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 부총리의 이런 발언은 요즘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 날마다 쏟아내고 있는 ‘민생 법안’ 처리 요구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정부 여당이 야당을 겨냥해 입법화를 촉구하고 있는 법안들을 뜯어보면, 경제 활성화나 민생과의 관련성이 의심스런 내용들도 많다. 심지어 특정 이해당사자들의 민원 해결에 초점을 맞춘 법안까지 포함되어 있어, 오히려 국회의 철저한 검증과 신중한 처리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정부가 입법화를 촉구하는 30건 가운데는 서민 생활과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되는 법안들도 있다.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특수고용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 등이 그런 경우이다. 이런 법안들은 이미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여야간 합의가 된 만큼 입법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법안들은 정부나 여당 의원 대표 발의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다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들이다. 예컨대 학교 주변에 관광숙박시설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특정 재벌에 대한 특혜 논란 때문에 국회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크루즈산업 육성법과 마리나항만법은 특정 지역 민원 해결용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의 경우, 정부는 의료서비스 산업의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의료 영리화를 부추겨 결국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주택법 개정안을 비롯한 부동산 규제 관련 법안들은 더욱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할 내용들이 많다. 분양가 상한제를 원칙적으로 허물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폐지 등으로 자칫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투기적 수요까지 끌어들여 부동산 경기를 띄우면 경제가 반짝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서민가계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이처럼 양면성이 있는 법안들을 모두 ‘경제 살리기’로 포장하면서 여론몰이를 통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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