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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내란음모 무죄’, 당연한 판결이다

등록 2014-08-11 18:39

법원이 11일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에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지하혁명조직이라는 ‘아르오’(RO)의 실체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은 그러나 이 의원 등이 지난해 5월12일 합정동 모임에서 한 강연 등은 내란선동이라며 유죄를 선고했고, 참석자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그대로 인정했다.

내란음모 무죄 판결은 당연하다.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실제로 내란을 실행하려는 ‘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 합의에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기존 판례다. 법원이 인정한 대로, 내란이 모의됐다는 지난해 5월12일 모임에선 온갖 이야기가 어수선하게 오갔을 뿐 어떻게 내란행위를 벌일 것인지 역할 분담이나 구체적 준비방안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 이 의원 등에게 이를 실행에 옮길 힘과 가능성이 있었던 것 같지도, 곧바로 실행에 옮길 만한 급박한 상황인 것 같지도 않다. 실행 가능성 자체가 없는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법원이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그런 점에서 법원칙을 지킨 합당한 판단이다.

그러나 법원이 이 의원 등에게 굳이 내란선동죄를 적용한 데 대해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은 이 의원이 강연에서 전쟁에 대비한 물질적 준비를 언급한 것이 선동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강연 자체에서 폭력적 파괴행위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대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인 터에 내란선동 혐의는 인정하는 것도 어색하다. 무엇보다 이런 판결로 정치적 소수파의 정부 비판이나 과격한 선동이 처벌 대상으로 굳어진다면 자칫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법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나 대안 제시를 넘은 체제전복 선동 등은 용납할 수 없다”고 판시했지만, 용인할지 말지를 가르는 기준부터 자의적일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정치집단을 선동죄로 처벌하기 위해선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이 있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는데, 이 의원의 강연에 그 정도로 급박한 위험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심리중인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내란선동 혐의는 명백하게 이 의원 등의 개인 문제이지, 정당 조직 전체의 문제일 순 없다. 이를 두고 통합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친다고 법률적으로 인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법원과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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