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위축된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명분 아래 보건·의료, 관광 등 7개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걱정스런 상황이다. 정부가 이렇게 마구잡이로 규제를 완화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거듭 밝히지만 규제완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변화된 여건에 맞지 않거나 경쟁 제한적이어서 기득권 고수에 도움이 될 뿐인 규제는 풀어야 한다. 아울러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한다. 서비스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지만 국내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놓은 방식대로 서비스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특히 정부는 15조원 이상의 투자와 18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자랑하지만,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 설령 이만한 편익이 있다고 해도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보건·의료 분야를 보자. 정부는 기존 의료법 체계가 의료서비스 수요 창출을 막고 있다며 국제의료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현행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해외 환자 유치를 빌미로 국내 환자의 의료권이 담긴 의료법을 무시하겠다는 얘기다. 영리병원 설립을 이끌어내기 위해 환자 권리를 뒤로 물릴 수 있다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정부가 첫 영리병원 허가 대상으로 검토중인 중국계 병원이,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을 하겠다고 했다는 것은 또 무슨 얘기인가. 의료윤리를 무시하지 않는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의료법인 자회사에 건강기능식품 등의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계획 또한 공감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관광 분야를 살펴보자. 정부는 국토의 64%에 이르는 산지를 개발하기 위해 산지관광특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특구로 지정된 산지에는 산지관리법, 산림보호법 등 관련 법률의 규제를 일괄적으로 풀어 호텔, 의료시설 등의 건립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관이 좋은 산지에 호텔이나 병원이 들어서면, 정부가 밝혔듯이 ‘힐링’ 효과를 기대하고 관광객이 찾아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에 따른 환경파괴 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4대강 개발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케이블카 설치 확대 등도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교육과 금융 분야도 문제가 많기는 매한가지다. 학원 수강생에게 유학비자를 발급하는 것과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을 15%에서 30%로 높이는 것 등은 폐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도 없지는 않다.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만을 판매하는 공영티브이 홈쇼핑 채널을 신설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대책들에 견줘보면 너무 초라해 보인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의견이 다르다면 열띤 논쟁을 주저하지 않아야 하고 장애물이 있다면 돌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가 있더라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말로 들린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 등을 생각할 때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규제를 잘못 풀면 어떤 재앙을 맞을 수 있는지를 참사에서 목도하지 않았는가.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추진되는 규제완화는 두고두고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대책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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