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3일 ‘병영문화 혁신방안’을 내놨다.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 등 잇따라 불거진 군 가혹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것이라지만 재탕 삼탕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성과가 없었던 과거 여러 차례 대책의 전례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의 방안은 가혹행위 고발자 포상, 인권교관 증원, 일반전초(GOP) 부대 병사 부모 면회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도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으리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윤 일병만 하더라도 가혹행위 사실을 윗선에 알리지 못한 것은 그래 봐야 자신이 더 괴로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군인복무기본법 추진이다. 병사들의 기본권을 규정한 이 법은 2007년 2월에도 발의됐으나 2008년 정권교체 이후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그해 5월 자동 폐기된 바 있다.
병영문화를 바꾸려면 무엇보다 병사들의 모든 생활을 인권의 시각에서 보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군이 특수한 조직이긴 하지만 시민권에 대한 제한은 아주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독일은 입대하는 장병에게 ‘지금까지 누려온 시민으로서 권리를 모두 누릴 수 있다. 단 거주 이전의 자유와 노조 결성권은 제약을 받는다’고 알린다고 한다.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문제는 병사들의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생활관을 비롯한 복지제도 역시 요즘 병사들의 삶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군의 폐쇄성을 혁파하는 일도 시급하다. 국회가 관할하는 군사 옴부즈맨 제도 도입, 다양한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인권감시기구 설치, 내부 고발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 등은 더 늦출 일이 아니다. 이제까지 경험으로 볼 때 군의 ‘셀프 개혁’뿐만 아니라 ‘셀프 감시’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군 지도부를 비롯한 지휘관들의 의지는 병영문화 개선에서 필수다. 어떤 대책이 나오더라도 지휘관들의 분명한 의식과 실천이 없다면 현장에서 왜곡되기 쉽다. 특히 초급 간부들의 자질과 자율성을 높여 이들이 병사들과 수시로 접하면서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한때 군보다 심했던 전·의경 가혹행위는 이제 크게 줄었다. 경찰이 2011년 초 전경 6명의 집단 탈영 및 구타 신고 이후 마음먹고 시도한 개혁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도 기본 원칙은 인권과 개방성이었다. 역사가 훨씬 길고 인력자원도 풍부한 군이 전·의경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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