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해 21일까지 이어진다.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1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학계의 올림픽이자 지구촌 수학자들의 축제다.
이번 대회는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의 수상자 면면에 획기적 변화가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필즈상은 40살 이하의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수학 분야의 최고상이다. 이번에 이 상의 78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수상자가 나왔다. 여성은 수학에 약하다는 통념을 깨뜨린 의미 깊은 수상이다. 유럽과 미국 수학자들이 독점했던 필즈상을 처음으로 비서구권(브라질) 출신 수학자가 받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수학이라는 핵심 학문 영역의 저변이 제3세계로까지 넓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수학은 인류 문명의 고도화에서 결정적 구실을 해온 기초학문의 대명사다. 수학의 탄생과 발전이 없었다면 근대 과학의 엄청난 성취도 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주의 운행을 설명하고 우주선을 태양계 밖으로 쏘아올리는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대 컴퓨터 혁명도 수학적 사고에서 나왔다. 이렇게 문명의 토대가 되는 수학의 근대적 혁신자들이 데카르트나 라이프니츠 같은 철학자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학을 인문학의 바탕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수학에 대한 깊은 연구와 사색 없이 인간의 삶과 정신을 이해할 수는 없다.
서울수학자대회는 청소년과 일반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수학의 즐거움을 알려주려는 뜻에서 마련한 프로그램들이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수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으면서도 수학을 경원하고 증오하는 경향이 강하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90%가 수학을 포기한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학생들이 우리 학생들보다 수학 공부량이 적고 학습 난이도도 훨씬 낮은데도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우월한 기량을 갖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흥미를 키워주지 않고 점수로 줄세우기 하는 방편으로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내고 맞혀 보라고 하는 식의 ‘가학적 수학교육’으로는 우리 수학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이번 대회의 필즈상 수상자들은 한결같이 수학은 즐거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수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이번 대회가 우리 수학의 발전에 일대 전기가 되고 초·중·고 수학 교육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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