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내리기로 했다. 시장금리의 나침반 구실을 하는 기준금리를 줄곧 동결해오다가 15개월 만에 조정한 것이다. 시기를 좀더 앞당겼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한은의 이번 인하 조처는 어쨌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볼 때 더 미루면 이득보다 손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지난 1분기(1~3월) 3.9%를 기록해 잠재성장률에 접근했던 성장률은 2분기 들어 3.6%로 떨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날 “세월호 사고 이후 지속된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에둘러 전해준다고 본다. 또 실제 지디피(GDP)와 잠재 지디피의 차이인 국내총생산 갭이 몇년째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가는 상승률이 계속 낮아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한해 상승률 2.5~3.5%)를 밑돌고 있다. 한은이 자신의 주된 설립 목적인 물가안정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총재가 “지금은 디플레이션(물가수준의 지속적 하락)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지만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 모두 기준금리를 내릴 요소다. 원-달러 환율도 최근 둔화하긴 했으나 내림세가 여전하다. 그런데도 한은은 그동안 금리 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해오지 않았다.
한은이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가계부채 문제에 좀더 신경을 쓰는 게 그것이다. 정부가 부동산대출 규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을 대폭 완화한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내렸기에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융안정에도 유의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만큼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곧바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감독 수단이 없다는 따위의 이유를 대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안 된다.
기준금리 조정과 관련해 시장 참가자들에게 좀더 일관된 신호를 보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총재는 취임 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받아들여질 법한 발언을 한 뒤 이와 다른 발언을 해 혼선을 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모습을 끊지 못하면 한은의 신뢰가 떨어지고 나라경제에 해가 될 수 있음은 한은과 이 총재가 더 잘 알 것이다. ‘수업료’를 더는 치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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