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의 상징이나 다를 바 없는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이 14일 이 대학 총장으로 선출됐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 돈을 횡령하고 입시 부정을 저질러 단죄를 받은 사람이 어떻게 대학 총장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이 학교 이사회가 고등교육기관의 소임이 무엇이고 총장의 구실이 무엇인지 조금만 생각했더라도 김씨를 총장으로 뽑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사회는 앞서 지난달 28일 김씨를 이사로도 선임했다고 한다. 상지대가 또다시 소용돌이에 휩쓸릴 것은 불 보듯 뻔하고,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교육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상지대는 20여년 전 김씨 일가가 퇴출된 뒤 크게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등 신망있는 인사를 총장으로 추대하고, 이 총장들이 학교 구성원들과 협조해 이뤄낸 결실이다. 교원 수와 입학정원, 자산이 대폭 늘어난 것이 이를 뭉뚱그려 말해준다. 하지만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김씨 쪽의 재단이사 복귀를 허용하고, 특히 올해 3월 김씨 아들이 이사장이 된 뒤로 상지대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교수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전임 총장들에 대한 무리한 흠집내기가 진행됐다. 학교 발전과는 거리가 먼 행태들이다.
상지대의 이런 파행 상태를 그대로 두고 봐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김씨의 총장 선출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따위의 이유를 대며 뒷짐을 진다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 교육부가 서둘러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다. 이번 사태가 빚어지는 데에 교육부 책임이 없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산하기관인 사분위의 결정으로 김씨 일가가 다시 재단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닌 권한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참에 김씨와 같은 비리 전력자가 총장으로 선출되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을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비슷한 사례가 다른 사립대학에서도 일어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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