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금품을 받고 입법권을 행사했다는 ‘입법 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이 여러 방면으로 수사에 나섰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의 학교명 입법로비 의혹 수사에 이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로비로 사립 유치원 운영에 유리한 법 개정을 시도했다는 의혹, 치과협회 간부들의 후원 대가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했다고 한다.
입법권을 의원 개인의 이익과 맞바꾼 것이 사실이라면 뇌물죄에 해당한다. 정치자금법 위반도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다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석연찮은 부분도 적지 않다. 아직은 섣불리 비난하기보다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검찰은 무엇보다 이번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부터 벗어야 한다. 입법로비 수사의 대상은 모두 야당 의원들이다. 그것도 다선 중진 의원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마침 검찰은 새누리당의 조현룡, 박상은 두 의원을 각각 철도와 해운 관련 비리 의혹으로 수사중이다. 조·박 의원은 ‘철피아’의 대표적 정치인 또는 해운업계의 이익 대변자로 꼽혀왔다. 억대 뭉칫돈도 확인되고 대가로 뒷배를 봐주는 등의 혐의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다중이용시설인 철도와 선박의 안전과 관련된 비리인 만큼 비난 가능성도 크다.
반면에, 입법로비 수사에선 의혹 확인도 쉽지 않아 보일뿐더러 법적 처벌로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유치원 입법로비의 경우,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은 뇌물죄로 기소한 전례도 없거니와 정치자금법 규제 대상도 아니다. 대가성 입증 역시 간단치 않다. 로비를 받아 통과시켰거나 발의했다는 법안이 무리한 것이거나 해당 단체의 이익만 앞세운 것인지도 단언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도 검찰은 보란 듯 떠들썩하게 야당 의원 수사에 나섰다. 이러니 여당 쪽과의 ‘균형’을 맞추려는 ‘물타기 수사’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권력의 눈치를 본 무리한 수사들로 불신이 심해진 터에 유병언 검거 실패로 더욱 궁지에 몰린 검찰이 정치권 견제로 돌파를 시도한다는 시선도 있다.
가뜩이나 이번 수사에선 검찰 아니면 모를 수사비밀과 혐의사실이 자주 흘러나온다. 당사자들은 허위라거나 피의사실 공표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표적수사란 비판도 이래서 나온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사실과 증거에 입각해 수사를 벌여야 한다. 켕기는 게 없다면 무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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