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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교황의 메시지, 종교계 전체의 각성 계기로

등록 2014-08-19 18:35

프란치스코 교황이 떠난 뒤에도 그가 남긴 말과 행동은 계속 울림을 주고 있다. 일관되게 낮은 곳을 향하는 교황의 모습은 우리 국민에게 종교 지도자의 모범으로 다가왔다. 교황과 국민 사이에 이루어진 교감과 감동의 경험을 계기로 삼아 천주교뿐만 아니라 한국 교계 전체가 거듭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우리 사회를 성찰케 하는 교황의 메시지는 방한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나왔다. 교황은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답했다. 고통받은 인간을 앞에 두고 정치적 중립을 말하는 것은 틀렸다고 선언한 것이다.

교황의 이 발언은 우리 교회와 성직자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교회는 강자와 약자, 고통을 주는 자와 고통받는 자 사이에서 속편하게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난한 자, 소외된 자, 짓밟히는 자, 정의에 굶주린 자들의 편에 서는 것이 교회의 본디 사명임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교황은 방한 중 한국 주교단에 한 연설에서도 “부유한 이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 잘나가는 이들의 교회가 되도록 허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사제들이 가난한 이들을 돌보기보다는 부자 교인들과 어울리며 부자 중심으로 교회를 운영하는 현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교황의 경고는 다른 종교 지도자들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천주교뿐만 아니라 개신교와 불교계를 막론하고 우리 종교가 지나치게 세속화돼 있고 물질 지향적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불교의 경우 자비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이고 있다. 무아와 무소유가 아니라 유아적 탐욕이 부처의 가르침을 흐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처받은 중생들을 어루만지는 교황의 모습에서 오히려 진정한 자비심을 느끼는 불자들이 많다. 개신교계도 덜하지 않다. 대형교회치고 목회자들이 비리와 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경우가 드물 정도다. 한국 교계 전체가 부자와 권력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 종교계는 초심으로 돌아가 사랑과 자비의 정신을 되찾고, 가난하고 약하고 고통받는 자를 찾아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교황의 방한 활동은 본래 종교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새삼스럽게 알려주었다. 그런 점에서 교황의 메시지는 우리 종교계에 준 큰 선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교계의 각성과 혁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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