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석촌역 인근에서 땅이 갑자기 꺼져 생긴 구덩이인 싱크홀과 땅밑 빈 공간(동공)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서울시 조사단이 열흘여 만에 찾아낸 싱크홀과 동공이 7개에 이른다. 추가로 더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을 경고한다. 사람들은 석촌역 일대를 무서워 지나다니지 못할 형편이고 인근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수도 서울 한복판에 깔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철저한 현장 실태조사와 원인 진단,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에 발견된 싱크홀과 동공은 석촌지하차도 구간에 몰려 있다. 지하철 9호선 3단계 공사가 진행중인 구간이며, 1㎞쯤 떨어져 123층짜리 초고층 건물인 제2롯데월드 타워가 건설되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 조사단은 싱크홀 발생 원인을, 잠정적으로는 지하철 9호선의 굴착공사 탓으로 추정했다. 해당 구간 시공회사인 삼성물산이 석촌지하차도 하부의 터널을 ‘실드공법’으로 뚫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연약 지반을 건드리고 지반의 틈새를 메우지 않아 땅이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싱크홀의 원인을 지하철 9호선 공사 때문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즉 기이한 땅꺼짐 현상이 제2롯데월드 건설공사와 연관되어 있다는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의 터파기 과정에서 대량의 지하수 유출과 이로 인한 인근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 주변 지역의 지반 침하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그런 이상징후가 지하철 9호선 공사 이전부터 여러차례 발생했다. 그럼에도 롯데 쪽에서는 지난 6월부터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 부분개장을 승인해주도록 서울시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서울시의 정밀 원인조사가 나올 때까지 제2롯데월드 개장은 안 될 일이다.
싱크홀 공포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도 정확한 실태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지하철, 상하수도, 지하수 이동 경로와 수량 변화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땅속 지도 같은 게 없다. 그러니 통합적인 지반관리시스템이 있을 리 만무하며 늘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되풀이해왔다. 싱크홀에 따른 대형 참사를 막으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철저하게 사전예방의 원칙을 세우고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준 아픈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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