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에서 쫓겨난 지 21년 만에 총장으로 돌아온 김문기씨의 첫 행보는 ‘복수’다. 임명장을 받자마자 자신의 복귀를 앞장서 반대해온 정대화 교수에게 중징계를 통보한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상지대뿐만 아니라 사학 전체의 민주화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저명한 교수다. 김 총장이 들끓는 비판 여론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당분간은 숨죽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거꾸로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며 비난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세간의 평판 따위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배짱이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지 않고서는 감행하기 어려운 도발이다.
김 총장의 ‘배경’은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인 듯하다. 교육부와 사분위는 2010년 김 총장 일가에게 정이사 추천권을 줘 복귀의 길을 터주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교육부와 사분위는 ‘비리 당사자 배제’라는 정이사 기준을 공표하기도 했고, 지난 1월에는 김문기씨에 대해 ‘비리 당사자’라며 이사 선임을 거부하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뿐이었고 상지대 사태를 바로잡는 실제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특히 이런 의심은 황우여 장관이 들어오면서 더욱 짙어지고 있다. 김문기 일가의 복귀 작전이 더욱 대담하고 도발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황 장관 내정 2주째인 7월28일 상지대 이사회는 김문기씨를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전격적으로 처리했다. 이어 황 장관이 공식 취임한 엿새 뒤인 14일 상지대 이사회는 김문기씨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황 장관은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김 총장은 황 장관을 단단히 믿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의혹을 씻기 위해서라도 황 장관은 상지대 사태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학교법인의 이사 선임, 이사장과 특수관계인의 총장 선임은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사립학교법에 규정돼 있다. 교육부는 총장에 대한 해임 요구도 할 수 있다. 장관이 의지만 있다면 쓸 수 있는 카드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황 장관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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