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했던 일본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이 18일에 이어 20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죄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산케이 보도가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가토 지국장이 3일 쓴 기사는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기사는 그 7시간 동안 “대통령과 유부남 남성”의 “비밀 접촉”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불륜 또는 음험한 사생활의 그림자를 삼류 주간지처럼 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 근거도 증권가 정보지에 거론됐다는 소문이 고작이다. 기자의 기본 책무인 사실 확인은 아예 없었으니 제대로 된 기사라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무책임한 일본 극우 매체가 대통령의 행적을 조롱거리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나라 망신이다.
그렇다고 검찰이 이를 수사한다는 것은 더 말이 안 된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며 이는 감시와 비판을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가능하다”는 것은 우리 대법원뿐 아니라 현대 민주국가가 공유하는 원칙이다. 아무리 무책임하고 저질인 보도라도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수사와 처벌의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하면 전체 언론이 공직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꺼리게 돼 결국 언론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점 역시 온 세계가 걱정하는 일이다.
국제 인권단체와 언론단체들은 명예훼손죄의 남용에 따른 ‘은밀한 검열’이 언론탄압의 새로운 양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그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이번 일은 그 전형적 사례가 될 수 있다. 더구나 검찰은 청와대가 산케이를 비난한 직후 수사에 착수했다. “국가가 아니라 대통령 체면을 위해 검찰이 움직인 것”이라는 일본 쪽의 비아냥은 당연하다. 산케이 보도보다 더한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이쯤에서 멈추고 ‘사라진 7시간’부터 속시원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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