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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권의 무책임과 야당의 무능이 만든 난국

등록 2014-08-21 18:32

늪에 빠진 세월호 특별법은 정치의 문제해결능력이 고갈됐음을 보여준다. 여야는 수많은 기회를 날려보내고 세월호 참사 4개월이 넘도록 특별법 입법에 실패했다. 입법은 결국 국회 몫이다. 새누리당이 유족의 핑계를 대는 건 설득력과 조정력을 상실한 정치의 무능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뿐이다. 여야에 책임을 미룬 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유족의 요구로부터 출발한 특별법이 유족의 뜻을 거스르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그렇게 만든 특별법으로는 아무리 진상조사를 해도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 결국 세월을 낭비하고 예산만 축내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유족의 여야 합의안 거부는 여당이 추천권을 행사하는 특검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했다. 여당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사실을 호도하고 유족을 비난하기에 바쁘다. 전례가 없다거나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든다거나 하는 얘기 자체가 근거가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특별법이란 말 그대로 특수한 사항을 특별히 취급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범상한 일이라면 굳이 특별법을 만들 이유도 없다. 가라앉는 배 안에서 304명이 죽어가고 있는데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기이하고 전례 없는 상황의 진상을 한뼘의 성역도 남기지 않고 제대로 한번 조사해보자는 특별법의 취지를 새누리당은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새누리당이 유족을 대하는 태도부터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유족에 대한 책임의 크기로 따지자면 집권당인 새누리당 쪽이 야당보다 훨씬 크다. 새누리당은 외국인을 상대하기라도 하듯 야당을 창구로 삼아 유족과 간접 접촉만 하려 한다. 유족 설득은 여당과 무관하다는 듯 팔짱 끼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리더십 부재와 총체적 무능에 더해 소통능력도 바닥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 걸 보면 애초부터 유족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당내 소통도 ‘빵점’에 가까웠다. 이곳저곳에서 불쑥불쑥 의견이 분출돼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였다.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한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이토록 엄중한 상황에서 의원총회조차 열지 못하는 게 새정치연합의 초라한 현주소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청와대는 ‘입법은 여야 몫’이란 이유를 대며 단식중인 김영오씨의 면담을 단칼에 거부하는 등 ‘세월호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비겁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법이 수렁에 빠진 주된 이유는 ‘청와대 문제’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청와대가 성역 없는 조사를 꺼림칙하게 여기고 있고 새누리당이 이런 청와대 분위기를 대변하면서 특별법 협상이 어려움에 빠졌다는 건 다 아는 얘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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