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0일째 단식중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47)씨가 기어이 병원으로 실려가고 말았다. 혈압과 혈당 수치가 뚝 떨어진데다, 간 기능마저 급격히 나빠졌다. 그런데도 김씨는 미음조차 거부하고 있다. 움직일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겠단다. 짠 바닷물을 들이켜며 죽어갔을 딸을 생각하면, 한 톨의 곡기도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하겠다는 거다.
바다에서 건져낸 유민이의 시신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고 한다. 그런 딸을 보며 김씨는 “어떻게 죽었는지 너무 궁금해서 부검을 해야 궁금증이 풀릴 것 같은데, 차마 죽은 딸의 몸에 칼을 댈 수 없다”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 억울함과 궁금함을 풀 수 없었던 아버지는 대신 다른 길을 선택했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말해도 정치권은 끄떡없었고, 급기야 곡기를 끊고 말았다.
김씨는 병원으로 가기 이틀 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청와대를 찾아갔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돌아온 답은 “대통령께서 나설 일이 아니다”는 쌀쌀맞은 응대였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를 비극적으로 떠나보낸 박 대통령이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싶다. 만일 10·26 뒤 아버지가 누구의 총탄에 맞아 숨졌는지 밝혀지지도 않고, 범인들은 버젓이 활개치고 살아가는 세상이었다면 27살의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김영오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금 그런 느낌일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4·16 이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아침을 맞으며 매일 절망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은 그저 얼마간의 형식적인 애도를 마친 뒤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꾸짖는 비정한 거리다. 모두들 그 말에 순종해 눈물자국조차 지워버리고 무심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만 군상들이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모두 눈물이 말라버린 족속들이다. 유족들은 요 며칠 내리는 장대비를 보며 “아이들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비통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여야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지금, 대통령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유민 아빠는 박 대통령이 만나주기만 하면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유민 아빠의 입에 미음을 흘려 넣어줄 사람은 박 대통령뿐이다. 박 대통령은 5월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가며 눈물을 흘렸다. 그 아이들의 아버지가 목숨이 위태로운데 여기에 답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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