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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군 폭력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

등록 2014-08-24 18:17

군은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면 될 수 있는 한 이런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힘을 쓴다. 그럼에도 사건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엔 군의 특수성을 앞세워 은폐·축소에 앞장선다. 그래도 파문이 줄지 않고 커지면 책임자 몇 명을 자르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만들 것처럼 말로만 요란을 떤다. 그러다가 여론의 흐름이 다른 쪽으로 넘어가면 슬그머니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철저히 외면한 채 ‘위장술’에 가까운 이런 일이 계속되는 한 군 폭력을 막는다는 것은 산에서 고기를 잡는 것과 마찬가지다. 8월 초 28사단의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군 폭력 문제도 교황 방문과 세월호 정국으로 초점이 옮겨간 사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2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병영문화 혁신 고위급 간담회’다. 간담회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하루 전까지 ‘군 사법제도 개선 고위급 토론회’로 예고되었던 행사가 병영문화 혁신으로 갑자기 바뀐 것부터가 수상하다. 군 사법제도 개선 요구에 대한 군 당국의 강한 저항감이 엿보인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군 사법제도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방안만 제기되었다고 한다. 군 사법제도 개선의 핵심 사안인 지휘관 감경권 문제는 경미한 사건만 행사하지 않도록 하고 중대 사건에서는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군 판사가 아닌 일반 장교가 재판관으로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의 개선에 대해서도 재판관은 법무장교만 맡되 일반 장교는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하는 것처럼 군사법원과 일반법원을 일체화하는 데까지는 일거에 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단급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군사법원을 지역별로 광역화해 지휘관의 자의적 개입을 줄이고, 지휘관의 형 감경권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턱없이 모자라는 내용이다.

군 당국은 이렇게 군 폭력을 실질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는 소극적이면서 실천력이 의심되는 말은 호기롭게 내뱉고 있다. 신임 김요한 육군 참모총장은 최근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부대는 해체하겠다고 말했는데, 과연 이 발언을 곧이들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제도 개선엔 미적대며 말만 세게 하는 것으로는 군 폭력을 뿌리뽑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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