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2일 김문기(82) 상지대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총장의 이사 취임 승인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상지대 사태에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교육부가 이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김 총장을 물러나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김 총장의 아들과 측근들로 구성된 현재의 이사진이 있는 한 이번 같은 일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 김 총장 일가가 학교로 돌아오기 위해 21년 동안 보였던 집요함을 생각하면 이사회라는 뿌리를 잘라내야 한다.
공금횡령과 부정입학으로 구속 기소됐던 김문기씨를 총장과 이사로 선임한 게 현 이사회다. 또 이사회는 6월11일 ‘임기 4년인 이사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한 정관 규정에서 연임 제한 내용을 삭제해버렸다. 교수 신규 채용부터 승진까지 인사권을 이사장 1명이 휘두를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김문기씨 일가에게 ‘장기 집권’은 물론 ‘일당 독재’의 길을 터준 것이다. 민주적 운영과 권한 분산이라는 기본 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이사회다.
다행히도 현 이사회의 9명 가운데 6명의 임기가 29일로 끝난다. 이사회를 새롭게 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교육부는 상지대 사태에 원천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김문기씨를 총장과 이사로 선임한 이사회의 책임을 물어 전원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 또 이사회 전횡에 대한 행정감사에도 착수해야 할 것이다. 김 총장 일가의 반발이 있을 수 있으나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제한하거나 정원·학과 조정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다.
김 총장도 교육부에 맞서기보다는 스스로 물러서는 게 그나마 남은 명예를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2학기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을 결의했고, 앞으로 수업거부·동맹휴학까지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지방대학은 가뜩이나 구조조정 문제 때문에 신입생 유치에 목을 매고 있는데, 김문기씨가 지배하는 대학이라면 과연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아울러 이번 기회에 사립학교법도 개정돼야 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더라도 5년만 지나면 법인 이사로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 사학 이사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대학에 영원히 돌아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회도 사립학교법 개정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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