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국가정보원이 사찰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씨의 주치의가 일하는 서울시립동부병원을 국정원 직원이 찾아간 사실이 이 병원 원장의 증언으로 새롭게 드러났다. 국정원 직원은 김씨가 이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 찾아와 병원장과 1시간가량 세월호 문제, 정부의 대응 등을 놓고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으며, 그중에는 김씨 주치의를 두고 “의사로서 하기 어려운 일을 한다”는 등의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국정원 쪽은 “김씨가 입원한 병원에 간 적이 없다”고 일단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이 병원에 간 시점이 김씨의 ‘입원 직전’이니 ‘입원한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라고 우길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말장난일 뿐이다. 국정원은 어느 직원이, 무슨 목적으로, 누구의 지시를 받아 병원을 방문했으며, 병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어떤 선을 통해 보고했는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국정원은 가족대책위 쪽의 사찰 의혹 제기에 대해 “육하원칙에 입각해 말하라”고 반박했는데, 육하원칙에 입각해 설명해야 할 쪽은 바로 국정원이다.
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유가족들의 뒤를 밟고 움직임을 수시로 감시해왔다. 경찰이 정보보안과 직원을 동원해 가족들을 미행하다 들키자 “유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따위의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댄 적도 있다. 이번에도 국정원이 병원 방문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게 되면 “김씨의 건강 상태 점검을 위해서”라고 둘러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런 사안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 사찰 행위라는 것은 국정원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김영오씨의 시시콜콜한 개인 신상 문제에 대한 악의적 비방이 최근 기승을 부리는 배경도 매우 미심쩍다. 그중에는 김씨의 ‘국궁’ 취미,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자격 취득 등 일반인이 쉽게 알아내기 힘든 내용이 많다. 국정원 ‘댓글 공작’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 상황에서 국가기관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의 김영오씨 사찰 의혹 문제는 이병기 신임 국정원장 체제가 들어서고 맞은 첫 시험대다. 철저한 내부 조사를 통해 진상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만이 올바른 해법이다. “반드시 정치 중립을 지키겠다”는 이 원장의 다짐이 과연 어떻게 지켜질지 지켜보겠다.
김미화 “세월호 유가족 아픔 나누는 김장훈씨 나처럼 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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