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원, ‘세월호 사찰’ 명확하게 밝혀라

등록 2014-08-26 18:32수정 2014-08-26 18:33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국가정보원이 사찰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씨의 주치의가 일하는 서울시립동부병원을 국정원 직원이 찾아간 사실이 이 병원 원장의 증언으로 새롭게 드러났다. 국정원 직원은 김씨가 이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 찾아와 병원장과 1시간가량 세월호 문제, 정부의 대응 등을 놓고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으며, 그중에는 김씨 주치의를 두고 “의사로서 하기 어려운 일을 한다”는 등의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고 한다.

국정원 쪽은 “김씨가 입원한 병원에 간 적이 없다”고 일단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이 병원에 간 시점이 김씨의 ‘입원 직전’이니 ‘입원한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라고 우길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말장난일 뿐이다. 국정원은 어느 직원이, 무슨 목적으로, 누구의 지시를 받아 병원을 방문했으며, 병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어떤 선을 통해 보고했는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국정원은 가족대책위 쪽의 사찰 의혹 제기에 대해 “육하원칙에 입각해 말하라”고 반박했는데, 육하원칙에 입각해 설명해야 할 쪽은 바로 국정원이다.

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유가족들의 뒤를 밟고 움직임을 수시로 감시해왔다. 경찰이 정보보안과 직원을 동원해 가족들을 미행하다 들키자 “유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따위의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댄 적도 있다. 이번에도 국정원이 병원 방문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게 되면 “김씨의 건강 상태 점검을 위해서”라고 둘러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런 사안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 사찰 행위라는 것은 국정원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김영오씨의 시시콜콜한 개인 신상 문제에 대한 악의적 비방이 최근 기승을 부리는 배경도 매우 미심쩍다. 그중에는 김씨의 ‘국궁’ 취미,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자격 취득 등 일반인이 쉽게 알아내기 힘든 내용이 많다. 국정원 ‘댓글 공작’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 상황에서 국가기관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의 김영오씨 사찰 의혹 문제는 이병기 신임 국정원장 체제가 들어서고 맞은 첫 시험대다. 철저한 내부 조사를 통해 진상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만이 올바른 해법이다. “반드시 정치 중립을 지키겠다”는 이 원장의 다짐이 과연 어떻게 지켜질지 지켜보겠다.

김미화 “세월호 유가족 아픔 나누는 김장훈씨 나처럼 될까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