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6일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계획’을 내놓았다. 감독당국이 은행 등 금융권 직원들을 직접 제재하는 일을 대폭 줄이겠다는 게 뼈대다.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징계하도록 위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없애 창조금융을 활성화함으로써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금융위의 이런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이 앞선다. 금융사고가 잇따르는 현실에서 무엇보다 감독 기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사고의 빈도와 강도를 더 키우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금융위의 ‘실천계획’은 박근혜 대통령의 질타가 계기가 돼 마련됐다. 박 대통령은 한달 전쯤 “규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도 일선 금융기관의 보신주의가 해소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 자체에 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금융권의 소극적 자세로 말미암아 실물경제가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대출 등을 해주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징계를 받을 수 있어서 직원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보증이나 담보 대출이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이 줄어든 것은 불가피한 결과였다고 본다. 감독당국이 직원들에 대한 제재를 줄이도록 하겠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금융회사에 제재를 맡기는 것은 위험성이 적지 않다. 자율의 의미에 걸맞게 제대로 하면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회사가 그만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꺼릴 수 있어서다. 징계가 많다고 알려지면 해당 금융회사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가 계속 잘못을 감추려고 하면 소형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감독당국이 이를 막기 위해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자칫 금융 감독과 규제의 사각지대가 더 커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런 만큼 금융위는 실천계획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감독과 규제의 빈틈을 어떻게 메워 금융사고의 빈발을 막을지 고민해야 한다.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등을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징계가 능사는 아니지만 이를 피해서도 안 된다. 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창조경제와 창조금융을 뒷바라지하더라도 원칙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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