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2016년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시작해 2022년에는 모든 사업장이 퇴직연금을 도입하도록 하고,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편성비율을 크게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퇴직연금을 펀드로 만들어 운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퇴직연금 가입률을 대폭 끌어올리고 수익률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체로 구상 자체는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위험성이 적지 않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이번 대책이 정부가 내세운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 보장’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퇴직금이 중요한 노후대책의 하나이지만 기업 파산으로 지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를 고려해 2005년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호응도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가입률이 16%에 그치고, 특히 영세·중소기업의 도입이 저조한 것이다. 수익률도 미미한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2022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고, 그러지 않는 곳에 과태료를 물리기로 한 것 등은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 확정기여형의 규제를 풀어 위험자산 편성비율을 40%에서 70%로 높이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이리되면 확정급여형과 편성비율이 같게 된다. 그런데 확정기여형의 경우 가입자가 위험을 떠안는 구조여서 퇴직연금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입자들이 서로 수익률을 비교하면서 경쟁적으로 고수익을 좇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고위험 투자로 이어지기 쉽다. 세계 금융위기가 진행될 때 고수익과 고위험이 짝을 이루는 사례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정부가 위험요인들을 주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힘이 많이 달릴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에 도움을 주려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확정기여형의 편성비율을 재고해야 한다. 설령 확대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해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참에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노후 준비가 미흡한 사람들에게 퇴직연금을 비롯한 사적연금은 거리가 먼 얘기일 수 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금체계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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