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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문제의식엔 동의하지만

등록 2014-08-28 18:38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2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를 지금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꺼냈다. 황 장관은 그 배경으로 “우리가 영어학자나 전문가로서의 영어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과도한 사교육 시장과 수십년 영어 투자가 무슨 결실을 냈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동의한다. 지금의 수능 영어는 상위권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지나치게 까다롭게 문제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사교육을 부추긴다. 서울대 이병민 교수의 분석 결과, 수능 영어 시험의 난이도가 미국에서 최소한 고등학교 수준의 학력을 가져야 비교적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국가와 개인의 필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과잉·중복 투자가 이뤄지는 곳이 영어다.

영어 변별력이 없어지면 수학의 변별력이 높아지는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과도한 교육열을 생각하면 충분히 일리 있다. 하지만 수학과 영어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과목이다. 영어는 부모의 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모의 월 소득이 100만원 많으면 자녀의 토익 점수가 21점 더 높게 나온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있다. 이에 반해 수학은 학생이 지니고 있는 수학적 능력에 성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는 “영어는 돈으로 되지만 수학은 돈으로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대입에서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게 어느 정도 ‘필요악’이라면 영어보다는 수학의 비중이 높아지는 게 차라리 공정하다.

그래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취지를 잘 살리려면 몇 가지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대학은 취업 경쟁력 등을 위해서라도 영어 잘하는 학생을 뽑고 싶어하기 때문에 수능 영어를 대체할 수 있는 대학별 시험 부활을 시도할 것이다. 정부는 재정지원과 연계해 이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학과 국어 등 주요 과목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해 수능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대신 낮아진 변별력을 학교생활기록부 같은 서류를 통해서 보완하도록 적극 권장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생활기록부를 신뢰할 만한 전형자료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성적 접근이 가능한 학생부 종합전형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큰 틀에서는 줄세우기 교육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영어 수능 절대평가가 이런 고민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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