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내놓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방안’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이득보다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받아야 하는 사업비의 기준을 대폭 높이겠다고 한다. 사회간접자본 분야를 대상으로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사업비 기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리되면 200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추진된 예타 대상 전체 사업 가운데 14.8%, 사회간접자본의 27.6%가 ‘조사 면제’를 받았을 것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많은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추진됐을 것이라는 말이다. 정부의 개선방안을 보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현행 제도로는 중요한 사업을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해서 타당성을 점검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대상 사업의 수가 많아지고 조사 기간이 길어진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1999년 도입 당시에 견줘 경제규모가 2.3배가 됐는데도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빚어진 결과라고 덧붙인다. 전혀 그른 얘기는 아니지만 큰 설득력은 없다. 꼼꼼한 비용-편익 분석이 빠진 재정사업이 앞으로 상당수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정부가 밝힌 수치에서 당장 드러나지 않는가. 제도 개편에 따른 낭비는 효율을 상쇄하고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예타 대상 사업비 규모를 높이면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용 사회간접자본 사업이 경쟁적으로 추진돼 폐해가 빚어질 소지가 적지 않다.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도로를 내는 것 등이 그것이다. ‘실세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런 행태가 잇따르는 것을 적잖이 보아왔다. 예타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사업비를 쪼개 추진하는 데 따른 폐해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밝혔듯이 재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때다. 증세 없는 재정지출 확대 기조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예타 대상 사업의 축소는 재검토해야 한다. 축소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하는 게 옳다. 이참에 예타 대상이면서 예외로 인정받는 사업 내용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4대강 사업처럼 법망의 빈틈을 비집고 예타 면제를 받는 사업은 축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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